삼인성호(三人成虎)란 말이 있다. 세 사람이 말을 맞추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 낸다는 뜻으로 아무리 근거가 없는 말이라도 여러 사람을 통해 듣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진실로 둔갑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카라를 향한 언론사들의 횡포가 바로 이와 비슷하다. 끊임없는 불화설과 왕따설. 있지도 않는 스캔들과 한류 위기설, 일본 좌초설까지 그놈의 설설설이 끊이질 않는다. 국내 연예계가 똘똘 뭉쳐서 신한류 열풍을 이끄는 카라의 입지를 좁히려 발버둥치는 분위기다.
이해는 간다. 국내에서 카라의 인기는 일본 만 못한 게 사실이다. 프리티 걸, 허니의 히트와 미스터 열풍 이후 지금은 누구나 다 아는 걸그룹이 되었지만 그 전까지 카라를 주목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한 연예인에게 관심을 가져 줄 언론은 없다. 잘 모르는 연예인들의 기사에 시간을 내줄만큼 대중들도 너그럽지 못하다.
지금은 국내외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카라가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고 언론의 눈에 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국내를 대표하는 3대 걸그룹인 원더걸스와 카라, 소녀시대는 비슷한 시기에 데뷔했다. 그러나 카라에 관심을 갖는 대중들 중 그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프리티 걸, 혹은 미스터 시절부터 카라를 봐 온 탓이다.
대중들은 카라에게 4인조 시절이 있었는지, 구하라 양과 강지영 양이 신규 멤버인지 잘 알지 못한다. 그 당시 경쟁 아이돌들에 비해 인기가 없었던 카라를 언론이 관심있게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끈임없이 가십 거리를 쏟아내는 연예계에서 1위 타이틀은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다. 항간에서는 1위 병에 빠진 언론과 대중들을 비웃기도 하지만 그 어떤 가십거리보다 관심과 이목을 끌 수 있는 것이 바로 1위, 1등이라는 소재다.
국내 언론은 카라의 프리티 걸이 데뷔 후 첫 2위에 올랐다는 사실을 신경쓰지 않았다. 카라를 알리기 위해 삼촌 팬들이 고무장갑을 끼고 프리티 걸 안무를 따라했다는 것도 1회성 가십거리로 치부했다. 프리티 걸에 이어 발표된 허니가 1위를 차지하고서야 비로소 카라에 관심을 가져 주었을 정도다.
어렵게 되돌린 언론의 관심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계속해 1위 자리에 머물러야 했다. 그러나 카라는 1위와는 여전히 인연이 많지 않았다. 이후에 발표된 앨범에서도 타이틀 곡 워너가 한 주간 1위를 지켰을 뿐이다. 워너를 뛰어 넘는 인기를 보였던 미스터는 타이틀 곡이 아니라 단 한번도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만일 작년 초에 발표된 루팡이 3주 연속 1위에 오르는 등 선전하지 않았다면 애써 높여 놓은 카라의 위상마저 흔들렸을 것이다.
카라는 대진 운도 좋지 않았다. 카라라는 이름이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던 프리티 걸 때는 기획사 선배 그룹인 SS501과 경쟁하며 2위에 머물러야 했다. 허니로 1위를 차지했을 때에도 전국에는 이미 소녀시대의 'GEE' 열풍이 불고 있었다. '엉덩이 춤 열풍'을 주도했던 미스터의 경우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단 한번도 음악 프로 정상을 밟지 못했다.
최근 팬덤의 조직적인 화력을 바라보는 가요계의 시선은 마냥 곱지가 않다. 국내 가요계가 지나치게 아이돌들에게 잠식당했다며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정작 이같은 상황을 부추긴 것은 결국 1등만 기억하는 언론과 대중들이다. 실제 언론사들의 보도 내용을 보면 1위를 한 가수와 함께 한 무대를 빛내준 다른 이들은 언급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2위를 해야 1위를 한 가수의 대적자로 한 줄 거론될 뿐이다.
대중들도 그런 기사에만 관심을 갖는다. 1위 가수만 머릿속에 기억한다. 결국 1위를 하지 않고서는 가수들이 자신들의 활동을 대중들에게 알릴 방법 자체가 없는 것이다.
지금껏 카라는 언론의 관심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었다. 4년이라는 활동 기간에 비해 1위 횟수, 수상 경력 등으로 대변되는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보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최근에 데뷔한 신인들이 소속사의 현란한 언론 플레이로 인해 대중들에게 반강제적으로 자신들의 이름을 각인시킬 때에도 카라는 강점을 드러내는 예능 프로그램의 활약으로만 근근이 미디어에 노출되곤 했다. 모 그룹은 함께 떡볶이를 먹는 것만으로도 기사거리가 나는 반면 카라는 기를 쓰고 발악해야 겨우 한 두줄 이름을 올릴 정도였다.
이처럼 카라와 언론이 친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카라가 처음부터 완벽하게 갖춰진 그룹이 아닌 탓이다. 처음부터 언론의 관심을 잡아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될성 푸른 나무는 떡잎만 봐도 안다고 했다. 갓 데뷔한 신인이 지금껏 수많은 연예인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봐 온 언론의 눈에 들기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카라는 소속사의 기획력이나 언론의 집중 조명을 통해 지금의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게 아니다. 소속사는 리드 보컬의 탈퇴와 맞물려 카라를 해체시키려 했으며 언론은 카라를 지키기 위해 아둥바둥거리는 아이들을 '생계형 아이돌'이라고 조롱했다.
그런 카라가 지금처럼 정상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몸을 사리지 않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다섯 멤버들의 끈기와 열정, 노력 때문이다.
10대부터 삼촌들, 아저씨들에 이르기까지 지금의 카라는 광범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 중 초창기 카라의 노래가 좋아 팬이 된 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한듣보'란 별명이 생길 만큼 수많은 프로그램을 전전하며 카라 해체를 막았던 한승연 양. 스타골든벨 눈높이를 맞춰요란 코너에서 엉뚱발랄한 모습을 보여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니콜 양. '구사인볼트', '바다하라'등 야리야리한 몸에도 뛰어난 운동신경을 보였던 구하라 양, 여신 컨셉으로 비호감을 자처하면서까지 꿋꿋이 카라 알리기를 멈추지 않았던 박규리 양. 이들이 예능을 통해 보여주었던 진정성과 재능이 대중들의 눈에 들면서 자연스럽게 카라 사랑으로 확산된 것이다.
카라가 일본에서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것도 이같은 멤버들의 솔직한 매력 때문이다. 다른 경쟁 그룹이 기존의 한류 K-Pop 시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동안 카라는 자신들이 가진 장점을 십분 활용해 평범한 일본 국민들까지 팬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편협적인 언론들은 카라 현상이 이번 카라 내 갈등 때문이라고 단정짓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최근 일본에 진출한 걸그룹들 중 카라는 소녀시대와 함께 가장 독보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국내의 카라와 소녀시대 간 위상 차이를 놓고 본다면 실로 경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소녀시대는 한국 최고의 아이돌그룹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고급화 전략을 통해 일본을 공략했다. 반면 카라는 국내에서처럼 친근한 아이돌 컨셉을 유지했다. 국내 최고라는 후광도, 소속사의 체계적인 일본 진출 계획조차 없이 시류에 떠밀려 일본으로 건너갔지만 일본의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빛을 발하며 국내에서처럼 또 다시 대중적인 사랑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정작 국내 언론들은 이번에도 색안경을 끼고 카라를 바라보았다. 카라의 성과에 대해 국내에 제대로, 공정하게 보도를 한 적이 손에 꼽힐 정도였다. 오히려 카라를 향한 일본의 높은 관심을 폄하하고 깎아 내려 평범하게 만들어 버렸다.
이같은 언론의 부조리는 일본에서 최근 불고 있는 카라 현상을 소개하는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찌라시라 불리는 3류 인터넷 언론사들은 둘째 치고 MBC같은 공영 방송국에서조차 카라의 일본 내 인기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하룻만에 말을 바꾸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언제나 다른 걸그룹에 비해 뒷전으로 밀리거나,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카라가 일본에서 '현상'이라 불릴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실감하지 못한 것이다.
그것은 대중들도 마찬가지다. '카라 대단해!' 라고 해야 할 일을 '카라가 일본에서 그렇게 인기가 있다며?'라고 놀라워 한다. 언론이 카라를 깎아내리는 통에 대중들까지 진실을 보지 못한 탓이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보도를 바로잡아야 하지만, 국내 언론들의 편협함은 끝이 없다. 카라의 일본 내 인기가 기존의 한류 때문이라고 왜곡하는가 하면, 아예 단체로 카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일본에서는 최고 스타로 대접받으며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카라가 국내에서는 마치 대단히 문제 있는 걸그룹으로만 보도되는 것이다.
서두에 말했듯 언론의 힘이란 무섭다. 무명 신인을 단숨에 인기 가수로 둔갑시킬 수도 있고, 꼴보기싫다는 이유로 잘 나가는 가수를 평범하게 전락시킬 수도 있다.
그런 언론에게 있어 카라는 눈엣가시다. 분명 싹도 틔워보지 못하고 사라질 줄 알았던 아이들이 모진 추위와 고난을 견디며 깊숙이 뿌리를 박고 일어나더니 지금은 사방을 향해 꽃과 열매를 피우고 있다. 아무런 관심조차 주지 않았던 화단 구석에서 가장 예쁘고 사랑스러운 꽃이 피어난 꼴이다.
내가 화단의 주인이었다면 아마 꽃을 반겼을 것이다. 내 관심과 사랑 밖에서 태어나 당당하게 성장한 꽃에게 화단의 한 쪽을 나눠주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 꽃에게 지금까지 베풀어주지 못했던 사랑과 관심을 더 쏟게 될 것이다. 그것이 인지상정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언론이라는 화단의 주인은 대단히 속이 좁은 모양이다. 자신이 관리하던 곳 이외에서 자란 꽃은 꽃이 아니라 잡초로 취급하고 있다. 그 꽃을 본 옆집 사람이 '홀로 떨어져 자란 꽃이 화단에서 가장 예쁘다'라고 말하자 '저건 꽃이 아니라 잡초다. 여기 내가 가꿔놓은 꽃이 더 예쁘다.'라며 시샘을 내고 있다. 물도 주지 않고 일부러 외풍이 들게 해 애써 싹틔운 꽃을 죽이려 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들은 알아야 한다. 카라의 인기가 자신들에 의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연일 계속되는 카라 깎아내리기가 결국은 자신들의 살을 깎게 될 것이란 사실을 말이다.
이미 일본 언론들은 도를 넘어선 국내 언론사들의 카라 때리기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국에서도 정상급 스타인 카라를 자국 언론이 비난하고 흠집내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혀를 차고 있다.
카라의 첫 번째 정규 앨범 걸스토크(Girl's Talk)는 오늘도 오리콘 차트 1위에 오르며 3일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어제 귀국한 카라는 국내 일정을 마친 뒤 드라마 우라카라(URAKARA)의 촬영을 위해 다시 일본으로 출국할 계획이다.
'카라 현상'이란 신조어까지 만들며 일본 내 신한류열풍을 주도하는 카라. 주춤하던 한류에 불을 지피고, 한국인으로서 위상을 떨친 아직 어린 소녀들에게 칭찬은 못해줄망정 끌어내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국내 언론들이 이제는 안타까울 정도다.